[권성철의 증시레이더]안팎 악재 쌓여 300바닥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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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주가는 지난 4주간 반등다운 반등없이 16% 이상 하락했다.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하루 평균거래량 7천1백만주는 7월 넷째주 (20일~24일) 의 1억3천만주에 비하면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술적으론 아무 때나 반등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말하고싶지만 주변여건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권사들의 견해다.

우선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을 요약해 보자. 543개 기업의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적자를 보았다.

지난해 2조4천억원의 흑자에서 올해 13조6천억원의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보기에 따라선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21개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비용 6조6천억원, 기아.아시아.쌍용 3개 자동차회사의 손실 6조5천억원을 빼면 나머지 5백여개 제조업체들의 '순수' 적자는 5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분석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우선 한전등 상당수 기업들이 감가상각등 회계처리방법을 변경해 이익을 '조정' 했다는 주장이다.

모 자동차부품회사는 이익을 무려 7천4백억원이나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전체로 4조원에 이르는 특별이익이 계상된 사실을 감안하면 '진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얘기다.

특히 실망스러운 점은 환율상승에 따른 매출확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적자가 났다는 사실이다.

대우.삼성등 주요 증권사들은 벌써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예상보다 나쁜' 실적은 조만간 주가에 추가 반영될 걸로 보고 있다.

주가를 누르는 또 다른 국내요인은 금리다. 5월까지 18%대에 머물러 있던 회사채수익률이 최근 12%까지 수직하락하자 '유동성 장세' 라는 말이 증시에 나돌았다.

그러나 시중의 여유자금이 주로 신설투신의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리면서 금리가 내려간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추세가 마냥 지속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실제로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주 12.9%까지 올랐다. 자금이 들어올 때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간다면 금리가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여기에 한남투신의 영업정지가 의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해외여건도 엔화 가치 하락이 다소 주춤해진 것을 제외하면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클린턴 대통령의 17일 증언 결과가 어떠하든 그의 직무수행능력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이 對러시아.일본.중국관계에서 능동적인 리더쉽을 행사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으로선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결국 "3백은 지켜낼 것" 이라는 명제의 진위 (眞僞) 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 오고 있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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