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영씨 시신 수습 기상 악화로 지연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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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11일(이하 한국시간) 실족해 사망한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씨 시신 수습이 늦어지고 있다.

고씨의 후원사인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13일 “헬기를 이용해 고씨의 시신을 수습할 예정이었지만 현지 기상 악화로 헬기가 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씨가 조난돼 있는 장소에 도보로 도달하려면 정상적인 날씨라도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헬기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는 헬기가 뜨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국내 산악전문가와 구조대원들을 14일 파키스탄으로 급파할 계획이다.

현재 낭가파르바트 주변에서는 등정길에 올랐던 독일·오스트리아·이란·캐나다 등 4개 외국팀과 우리나라의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소속 대원들이 모두 고씨의 시신을 찾아오기 위한 작업을 돕고 있다. 특히 고씨와 선의의 경쟁을 해 왔던 오은선(43·블랙야크)씨 역시 사고 지역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오씨는 소속사인 블랙야크 한국 본사와의 통화에서 “구조를 위해 각국 베이스캠프에서 필요한 최소량만 남기고 고 대장의 캠프에 식량·물 등을 모두 넘겼다”고 전했다. 오씨는 고씨보다 4시간 정도 앞선 10일 오후 4시47분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밟았으며 하산 도중 정상을 향해 가던 고씨와 마주쳤다. 오씨는 “조심 해서 다녀와라”, 고씨는 “등정을 축하한다. 조심히 먼저 내려가 있어라”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고씨의 사고로 두 사람이 계획했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8091m) 동반 등정은 무산됐다. 두 사람은 올가을 전까지 히말라야 고봉 13좌를 각자 정복하고, 10월께 한국여성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마지막 14좌째인 안나푸르나봉에 함께 오를 계획이었다.

문병주 기자, 엄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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