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이버 테러 끝난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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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좀비PC에 의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지난 주말을 고비로 거의 소멸됐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는 그제 저녁부터 인터넷 경보 수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낮췄다. 배후와 목적조차 알 수 없는 사이버 테러가 큰 피해 없이 조기에 수습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무엇보다 준비 부족으로 인한 실수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했다. 불과 6년 전 인터넷 대란을 겪었지만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비는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오히려 일사불란하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부 기관들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한 술 더 떠 정치권에서는 근거 없는 북풍설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다.

우리는 10가구 중 8가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고도 온라인 사회다. 금융거래, 전기통신, 교통, 상하수도 등 생활 전반에 인터넷이 미치지 않는 곳이 드물다. 가상의 적이 이런 분야를 공격했더라면 어찌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정원의 추정대로 북한이 테러 세력이라면 우리는 6·25전쟁에 버금가는 무방비의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망각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가 안위를 담보할 수 없다. 사건이 나면 온 나라가 떠나갈 듯 법석 떨다가도 금방 잊어 버리고 손 놓고 있다. 똑같은 실수와 난리를 되풀이하는 냄비식 대응이어선 곤란하다. 엊그제 정부는 정보보호사령부 설치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는 등 대 사이버 테러 정책의 보완 계획을 밝혔지만 특히 사이버 세상에서는 그렇게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이번 사태에서 취약점으로 드러난 ‘컨트롤 타워’부터 당장 제대로 만들고, 중장기 관련 계획을 가능한 한 앞당겨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등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미국 등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인 정보 보안 관련 예산 비중도 대폭 높여야 할 것이다. 국민 스스로의 보안 무장도 중요하다. 전후방이 따로 없는 사이버전에서 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스스로 인터넷 보안군이 되는 수밖에 없다. 백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의심 나는 상황은 즉각 신고해 대처하는 인터넷 보안 무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2009년 7월 7일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