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독점 우려돼 미디어법 반대한다면 민주당이 제안한 시청점유율 제한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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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은 방송 시장에 대한 소유·진입 규제에 더해 여론 독점을 막을 사후 규제를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미디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여론 다양성이 훼손될 거라는 야당과 일각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한나라당 측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11일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나 민주당 등이 모두 제안한 ‘시청 점유율 제한’ 규정을 받아들일 생각”이라 고 밝혔다. 미디어법에 반대해 온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은 최근 한 방송사가 시장에서 25% 이상의 시청 점유율을 차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이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시청 점유율 제한’ 제도는 독일이 원조다. 독일의 경우 신문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한 방송 사업자에 속한 채널이 시청 점유율 30% 이상을 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독일과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면 독일은 기본적으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자유롭게 허용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신문사가 일정 비율 이상 방송사 지분을 갖지 못하게 하는 사전 규제에다 엄격한 사후 규제까지 두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모적인 미디어법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 폭의 양보안을 내놓으려는 조치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겸영을 2013년 디지털 전환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MBC와 KBS-2TV가 일부 신문과 재벌의 손에 넘어간다”는 야당과 일부 방송의 주장은 근거를 잃고 만다.

◆“미디어 경쟁력 강화 위한 것”=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현실’이라는 입법 보고서를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 보고서에서 “일각에서는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도 소유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에 신문이 원천적으로 진입할 수 없도록 사전 진입 규제를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미디어법 개정안은 미디어 융합이란 세계 흐름에 부응하고 낙후된 한국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므로 정쟁을 지양하고 조속히 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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