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화제]초읽기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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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둑의 제한시간이 짧아지는 건 현대바둑의 대세다.

이 바람에 국제대회는 거의 모든 판이 초읽기로 진행돼 인력 동원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지난주 삼성화재배 예선에서는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과 한국기원 직원들까지 총동원되어 초읽기를 벌였는데 기어코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武宮正樹) 9단이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왕년의 스타였던 다케미야9단은 한국의 노장 홍종현8단과의 대국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던 중, 계시원이 초를 제대로 읽지 않자 입회인 조훈현9단에게 항의했던 것. 나중에 오해로 밝혀졌으나 어쨌든 초읽기는 기계가 아닌 사람의 입으로 하는 터라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으며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때문에 외국선수들이 불공정을 느낄 수 있는 소지는 있다.

또 계시원들은 마지막 1분에서 차마 '열' 하고 불러버릴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조훈현9단과 서봉수9단은 색다른 괴로움을 하소연한 적이 있다.

까마득한 후배기사와 대국중 초를 읽어야 할 시간인데 감감무소식이다.

이럴 때 사무국으로 뛰어가 초를 왜 세지 않느냐고 말하기엔 대선배로서 좀 민망한 일이고 참고 있자니 스트레스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바둑은 점잖음을 요구하지만 초읽기는 때때로 체통마저 잃게 만든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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