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걱정되면 체중부터 줄이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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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15면

당뇨병처럼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한 질환도 흔치 않다. 20년 전만 해도 당뇨병은 매우 드문 질환이었으나 현재는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생기는 흔한 병이 되었다. 당뇨병, 특히 성인형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열량 섭취 증가와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선천성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발생한다. 그러나 성인형은 인슐린 분비는 별문제 없지만 비만 때문에 근육에서 인슐린을 이용해 혈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과정에 장애가 일어나 생긴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당뇨병에 가장 오래 사용된 약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설폰요소제다. 이 약제는 혈당 조절 효과는 아주 좋지만 당뇨병이 진행되어 췌장의 인슐린이 고갈되면 더 이상 효과가 없으며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그 후 개발된 메트폴민(성분명)이란 약은 간에 저장돼 있던 당분이 포도당으로 바뀌어 혈액으로 나가는 것을 억제할 뿐 아니라 근육에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잘 이용하도록 도와 주는 유익한 약물이다. 또 체중이 느는 부작용도 없다. 대신 간혹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음식으로 먹은 당분이 장(腸)에서 소화(다당류를 단당류로 변환)되어 혈액 속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차단하는 약제(알파 글루코시데이스 억제제)가 있다. 약효를 내는 원리가 그렇다 보니 이 당뇨 약은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한다. 또 소화가 안 된 당분이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장에 가스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방귀를 자주 뀌고 배가 아플 수 있다.

근자에 개발된 약제로 티아졸리디네디온계열 약물(이 명칭은 필자도 기억하고 발음하기 어렵다)이 있다. 이 약은 근육에서 인슐린 이용의 저하를 개선시키는 약물이기 때문에 성인형 당뇨병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체내 수분이 증가되어 몸이 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근경색증의 위험을 증가시킬지 모른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이는 이후 연구에서는 확인된 바 없다.

그런데 이들 당뇨 치료제 외에 새로운 계열의 약물이 출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는 췌장의 인슐린이란 호르몬만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 장에서 분비되는 GLP-1이란 호르몬도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즉, 음식(탄수화물)을 먹으면 장에서 GLP-1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음식의 탄수화물 양에 비례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또 근육에서 분비된 인슐린을 잘 사용하도록 돕고, 위장에서 당분이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키며,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 호르몬은 정상적으로는 수분 만에 대사가 되어 버리는데, 최근에 이 호르몬의 혈액 농도를 유지하게 돕는 당뇨 약이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이 약제의 장점은 위장으로 당분이 들어온 경우에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으며, 체중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동물실험에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의 성장을 돕는다는 보고가 있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을 유지 및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용이 고가이며,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이 확인되지 못했다.

이렇듯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을 조절해 주는 좋은 약들이 나오고 있지만, 당뇨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는 여전히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역시 예방이 최선이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 체중 조절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또 당뇨병에 걸리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해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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