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올 개혁프로그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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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한국부동산신탁의 특혜대출사건과 관련, 로비의혹이 있는 여야 정치인들을 전면 조사하면서 정치권에 아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이번주중 여야 국회의원 3명 이상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사정 (司正)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이것은 정치권 사정의 예고편일 뿐 아직 본격화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정치권 사정은 金대통령 개혁구상의 큰 틀 속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金대통령 개혁 스케줄의 우선 순위는 금융.대기업.공기업.노동시장 개혁같은 경제개혁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계 탈출이 최우선 목표라는 여권 관계자의 설명.

대통령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시기적으로는 9월말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이때까지의 사정은 경제회생 노력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검찰.국세청.감사원 등 사정기관은 불거진 사안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되 사법처리 등은 경제회생 저해사범에 한해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배경에서 본다면 한국부동산신탁.청구.기아에 비리연루설이 있는 정치인도 극히 제한적으로 사법처리의 도마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는 10월부터 연말까지는 정치제도 개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한다.

의원정수 축소, 상임위 활동 활성화, 국회 상시 개회 체제 같은 국회개혁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지구당조직 합리화 등 선거제도 및 정당개혁이 대상이다.

연말들어서는 정치권 및 사회지도층의 비리, 반 (反) 개혁 인사들에 대한 인적 (人的) 청산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사정을 통한 대대적인 정치권 물갈이가 예고돼 있는 시기다.

여야 모두가 대상이다.

상당한 폭의 당정 개편도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金대통령의 이런 개혁구상이 자로 잰듯 가시화할지는 불투명하다.

돌출사건과 정치적 역학관계, 야당의 반발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개혁의 마지막 수순이 정치권 인적 청산이란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정치권이 마음을 놓치 못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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