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연형 부산은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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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합병보다는 증자를 통해 홀로서기를 할 작정입니다. " 이연형 (李鍊衡.61) 부산은행장은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금융상황이 변해 독자경영이 불가능하면 그때는 합병도 해야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李행장은 "부산은행은 앞으로 소매금융 전문은행으로 뿌리 내리겠다" 며 "이를 위해 지역 특화상품을 개발하고 지역 중소기업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이 부실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죄악" 이라며 "부실채권을 없애기 위해 담당 직원 3명이 완전합의해야 대출이 가능한 3심제를 도입했다 "고 소개했다.

- 금융계가 몸집 불리기에 한창입니다. 부산은행도 합병 계획이 있습니까. "부산은행은 '홀로 서기' 가 목표입니다.

증자 등을 통해 스스로 살아간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요. 그러나 금융환경이 급변해 독자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그 때는 합병을 해야겠지요. "

- 증자는 어떻게 합니까.

"올 하반기에 1천억원을 증자하기로 했습니다.

대주주인 롯데 신격호 (辛格浩) 회장을 만나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롯데는 2백40억원을 낼 것입니다.

다음은 시민주 5백40억원을 모을 계획입니다.

나머지 2백20억원은 부산은행 임직원들이 출자할 것입니다.

1천억원 증자가 이뤄지면 BIS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9%에서 14%선으로 올라갑니다.

또 최초 납입자본금 1천7백10억원과 잉여금 4천3백60억에다 1천억원이 다시 추가돼 자기자본이 7천70억원으로 불어납니다. "

-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가슴 아픈 일이지만 동남은행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부산은행이 그 역할까지 떠맡게 됐습니다.

그래서 부산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많이 늘리고 있습니다.

오는 9월까지 모두 4천억원을 지원합니다.

1천7백억원은 이미 기업에 대출됐습니다.

벤처기업에도 1백32억원을 지원합니다.

또 부산은행이 유망 중소기업을 찾아내 적극 도울 것입니다.

수출업체는 최우선으로 돕는다는 방침입니다. "

- 기존 동남은행 거래업체들에게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수출 업체들은 부산은행 거래선과 똑같이 대우하고 있습니다.

수출이 바로 부산이 살길이기 때문이지요. 전망있는 기업들은 조금도 차별하지 않고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

- 기업들은 그래도 돈빌리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아무리 향토기업이라도 망할게 뻔한 기업에 빌려줄 수는 없습니다.

장래성이 있고 건실한 기업에 대출하는 것입니다.

부도날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지역과 나라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죄악' 입니다.

얼마나 건실하고 유망한지를 엄격히 심사하다 보니까 기업의 입장에선 대출받기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부산은행은 IMF 이후 3심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담당직원 3명이 각각 심사한뒤 빌려줘도 되겠다고 완전 합의가 이뤄질때 대출합니다. 따라서 담당 직원들은 재무구조.신용 상황 등을 면밀히 파악할수 밖에 없지요. "

- 기업들은 또 대출이자가 너무 높다고 호소합니다.

"대출금리는 예금금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예금금리가 내려야 낮은 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것이지요. 한두달전만 해도 예금금리는 20%선에 이르렀습니다.

이 때 받은 정기예금 등은 2, 3년후까지 그대로 적용해 고객들에게 내줘야 합니다.

예금금리가 11%대로 떨어졌지만 당장 대출금리를 크게 낮출수 없는 어려움이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시민들이 낮은 금리로 많은 돈을 부산은행에 맡길 때 싼 이자로 기업과 시민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시민들도 쉽게 은행을 이용할수 있는 것이지요. "

- 일반 시민들도 대출받기가 어렵다고 불평입니다.

"개인 대출도 쉽게 이뤄지도록 전산시스템에 의한 대출 심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 바로 대출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은행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

- 앞으로 은행운영 방향은.

"소매금융 전문은행으로 뿌리 내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에 특화된 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지역 중소기업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부산은행은 총대출금의 76%를 부산지역 중소기업에 지원해 왔습니다. "

- 부산은행은 수익성이 꽤 높습니다.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96년 은행장으로 부임했을 때 첫 말이 수익성이었습니다.

손해가는 장사는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건실한 기업에는 대출을 늘린 반면 장래성이 없는 업종에는 대출비율을 낮춰오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밀착' 입니다.

부산시민과 기업 속에 파고든 영업을 해 왔습니다. "

부산〓정용백 기자

[약력]

^36년 경남밀양시활성동 출생

^55년 경남고 졸

^59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

^59년 제일은행 입사

^74년 부산은행 입사

^80년 부산은행 국제금융부장

^83년 부산은행 서울지점장

^87년 부산은행 저축부장

^88년 부산은행 이사

^88년 부산은행 상무

^91년 부산은행 전무

^96년 부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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