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만여명 대피 중랑천주변…폭우에 하수마저 역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6일 오전 10시 서울노원구공릉1동 공장과 주거용을 겸해 쓰고 있는 박광해 (朴光海.44) 씨의 지하실. 이곳에서 의류제조 기계를 가동하면서 부인과 두 딸 등 네 식구가 생활해온 朴씨의 50여평 지하공간은 천장까지 오수로 가득 차 있었다.

출동한 소방차가 2시간째 물을 퍼내고 있으나 물을 다 빼내려면 까마득해 朴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朴씨 부인 맹홍숙 (孟洪淑.41) 씨는 지하실에 가득 차 있던 기계와 가재도구가 역류한 중랑천 물에 잠겨 5천여만원의 피해를 보았지만 새벽녘의 아슬아슬한 상황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며 몸을 움츠렸다.

"오전 4시40분쯤에 지하실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나 문을 열었더니 산더미 같은 빗물이 쏟아져 들어왔어요. 급히 남편과 함께 두 딸을 깨워 2층 옥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어요. 하마터면 수장 (水葬) 당할 뻔했어요. " 朴씨 집을 포함해 공릉1동 태릉 성심병원 주변 수백 가구는 이날 오전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린 집중호우에다 공릉 복개천 물이 불어 난 중랑천쪽에서 역류가 일어나는 바람에 반지하 건물 등 주택가가 대부분 침수됐다.

"20여년을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 이라는 주민 홍봉구 (洪奉九.54) 씨는 "하수구가 막히고 공릉천 물이 중랑천으로 흘러들지 못한 것은 인근에 H사가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수로를 차단했기 때문" 이라며 흥분했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 사이 최고 1백97㎜가 내린 도봉구를 비롯해 노원.중랑.성동.광진.동대문 등 중랑천을 끼고 있는 서울 동북부 지역 저지대 주민들은 초유의 물난리를 겪었다.

폭 1백여m인 중랑천 물은 이날 서울시를 관통하며 34㎞를 흐르는 사이 노원구상계1동.도봉구도봉2동.광진구중곡1, 3동.성동구용답동 중랑천변 등지에 광범위하게 주택가 침수피해를 주었다.

이 일대 주민들은 이날 새벽 한때 1천34가구 1만여명의 주민들이 동사무소.초등학교.교회 등에 대피하는 등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특히 오전 한때 중랑천이 범람 직전까지 갈 정도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주민들의 공포감은 고조됐다.또 성북구월계동 월계1교의 수위도 18.6m까지 올라갔고 제방수위가 낮은 도봉구도봉2동쪽 중랑천은 한때 수위가 제방에 50㎝ 못미치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