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시 깊은 잠…언제나 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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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5일 소집된 제195회 임시국회는 3일 하루 국회의장 선거만 치르고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다.

한나라당이 선거패배 후유증으로 당무 마비상태여서 여야간 일정협상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부의장 선거, 총리.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여야 대표연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 법안심사 등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총재단과 당 3역이 모두 사퇴, 책임있는 대여 (對與) 대화창구조차 없다.

이 때문에 국회 폐회일인 18일까지 국회가 공전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이 당권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데다 선명성 경쟁까지 겹쳐 당장 차기 국회가 열리기는 어렵다는 데 근거한다.

따라서 전당대회 날인 31일 이후에나 제196회 국회가 열리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여권의 생각은 다르다.

야당에 임시지도체제 정비시간을 어느 정도 준 뒤 아무리 늦어도 15일까지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게 이들의 의지다.

김종필 (金鍾泌.JP) 총리서리 문제는 국회의장 선출과 무관하게 이미 여야간에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합의본 사안이라는 것.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점찍은 '박준규 (朴浚圭) 의장 카드' 를 관철시킨 국민회의는 국민회의대로, 자민련은 15일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반까지 JP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분주하다.

사실 한나라당 처지는 '대여협상 중단' 이라기보다 '협상창구 부재' 상태이므로 새로운 임시체제가 여론을 수용할 경우 극적인 정상화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편 여권 핵심부는 한나라당이 대책없이 국회일정을 미루려든다면 의장선거 때 한나라당을 이탈한 의원 등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을 벌여 과반수를 확보,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한나라당 의원 3명만 입당하면 국민회의.자민련.국민신당.무소속까지 합쳐 1백50명이 되므로 국회를 여는 데 문제가 없다.

국회 정상화는 결국 꼬일대로 꼬인 한나라당 내부사정이 어떻게 정비되느냐와 여권 핵심부의 상황인식, 국회파행에 대한 여론의 압력수준 등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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