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에 박준규의원 선출…巨野 패배로 정국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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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5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박준규 (朴浚圭.자민련.9선) 의원이 선출된 데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 정국은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로 예정된 '김종필 (金鍾泌)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향후 국회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준규의원의 의장 당선이 확정되자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으며, 재적 과반수 미달로 부의장 선거도 실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말부터 시작된 국회 공전사태는 '의원직 사퇴 불사 (不辭)' 를 외치는 한나라당이 오는 31일 전당대회를 거쳐 당 지도체제를 재정비할 때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국회의장 선거에서 지지해준 야당의원 등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의 대립은 첨예화될 조짐이다.

◇ 국회의장 선출 = 본회의에서 3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박준규의원을 국회의장에 선출했다.

의정사상 처음으로 자유경선방식으로 진행된 국회의장 선거에는 자민련의 김복동 (金復東) 의원, 한나라당의 최형우 (崔炯佑).노승우 (盧承禹) 의원, 무소속의 강경식 (姜慶植)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2백95명이 참석했다.

오전 11시 실시된 1차 투표 결과 朴의원은 1백47표, 한나라당 오세응 (吳世應.7선) 의원은 1백37표를 얻었다. 이어 실시된 2차 투표에서는 朴의원이 1백46표, 吳의원이 1백41표를 얻었으나 재적 국회의원 2백99명의 과반수 (1백50명 이상) 획득자가 없어 3차 투표에 들어갔다.

종다수로 결정되는 (과반수와 관계없이 다수표를 얻는 후보를 당선자로 하는 방법) 3차 투표에서는 朴의원이 1백49표, 吳의원이 1백39표를 얻어 朴의원이 당선자 (기권 6.무효 1표) 로 확정됐다.

◇ 한나라당 = 3차 투표 결과 吳의원이 패배하자 국회 본회의를 산회시키고 추후 국회일정은 3당 총무회담을 열어 결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선거결과에 대해 "여권이 의회정치의 정신을 망각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 회유와 협박을 했다" 면서 향후 국회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패배에 대한 인책론이 대두되고 있어 전당대회때까지 극심한 내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여권 = 국민회의.자민련은 국회의장 선출에 협조한 국민신당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을 조속한 시일 안에 입당시키는 등 부분적인 정계개편에 착수할 방침이다.

여권은 또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끝난 뒤 9월 10일 정기국회 개회 때까지 한나라당 당권경쟁에서 탈락한 계파와 의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입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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