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 넣고 다니는 나만의 유람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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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은 양쪽에 날이 달린 노를 이용해 움직이고, 카누는 한쪽에만 날이 있는 노를 사용하는 게 다르다. 유럽과 북미에서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수천 명의 동호인을 중심으로 참여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강원도 인제군의 내린천을 제외하곤 변변한 급류가 없어 급류용 카약은 타기가 힘들다.

대신 장거리를 여행하는 항해용 카약인 ‘투어링 카약’이 인기다. 투어링 카약에 대해 알아봤다.

홍천=글·사진 박상언 기자

투어링 카약은 노 젓는 요령만 익히면 쉽게 배워 즐길 수 있다. 한 초보자가 카약을 타고 홍천강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 지난달 말께 강원도 홍천군을 가로지르는 홍천강변에서 회사 직원들과 주말워크숍을 마치고 카야킹을 한 강은정(25)씨의 소감이다. 보트에 몸을 싣는 순간 수면이 허리에 닿을 만큼 올라올 때에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패들링(노젓기)을 거듭할수록 흥미가 더해졌고 투어링 도중 얕은 곳에서 배 밑으로 스치듯 미끄러지는 둥그런 바위의 촉감이 엉덩이나 허벅지로 전해질 땐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역시 투어링 카약을 처음 타봤다는 정성일(37)씨는 “강물 한가운데 앉아 세상을 바라보니 기분이 색다르다. 피서객과 나 사이가 마치 창살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동물원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투어링 카약에 참가한 7명의 초보 동호인들은 약 4시간에 걸쳐 10㎞ 구간을 지나왔음에도 별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유람을 즐기듯 강물에 의지한 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흘러가는 형식이었기에 체력적 부담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항해용 vs 급류용 카약은 항해용인 투어링 카약과 급물살을 타는 급류용 카약이 있다. 승선 인원에 따라 1인승·2인승·4인승이 있다. 투어링 카약은 주로 직진하는 배로 4~6m로 길면서 폭도 약간 넓은 편이다. 급류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카약이다. 반면 급류용은 급속한 방향전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길이가 2m 내외로 짧고 폭도 좁다.

형태에 따라선 조립형과 일체형으로 나뉜다. 조립형은 부드러운 우레탄 바디에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는 그라파이트 골격으로 돼 있다. 바디가 부드러워 급류용보다 항해용에 어울린다. 조립하면 4~6m 길이의 배가 되지만 접었을 때 무게 15~20㎏, 길이 1m 남짓으로 배낭에 쏙 들어갈 만큼 작아진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대의 카약이 보급돼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조립형이다. 일본 수입품인 후지타카약(cafe.daum.net/fujitakayak)이 대표적 브랜드다. 여기에 독일제 클레퍼(Kleeper), 캐나다제 피더크래프트(Feathercraft), 미국제 폴보트(Folbot) 등의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가격은 300만~400만원, 중고는 200만원 내외다.

일체형은 배 전체가 단단한 FRP나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바디가 단단한 까닭에 충돌이 많은 급류용이 주류다. 충돌 시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30~40㎏에 이를 만큼 무거운 데다 보관·이동이 불편한 게 단점.

곳곳 체험 프로그램 투어링 카약은 노 사용법과 안전수칙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 패들링(노젓기)은 단순하다. 우선 시트에 허리를 걸치고 발을 뻗어 하체를 고정시킨다. 이어 팔을 앞으로 곧게 뻗어 패들을 사선으로 수면에 꽂아 당기면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배는 중심이 낮아 물살에 강하고, 뒤집어져도 쉽게 원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체계적으로 배우려면 수상레저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강습을 하는 업체로는 송강카누학교(www.kayak.co.kr)와 동호인 카페를 겸한 카약과 캠핑(cafe.daum.net/fujitakayak)이 있다. 이 두 업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투어를 겸한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3~4시간에 5만원.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경정사업본부(www.motorboat-race.or.kr)가 매 주말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운영하는 ‘미사리 수상레저 체험교실’에서도 배울 수 있다. 참가비 무료.

동강·홍천강이 최고 최고의 카약 코스로는 풍광이 뛰어난 강원도 동강과 홍천강이 손꼽힌다. 남한강·청평호·남이섬 일대 내수면은 물론 영종도·태안반도·안면도 등 서해안도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편이다. 좀 더 내공을 쌓은 매니어는 서해안에 비해 수심이 깊고 파도가 좀 더 높은 동해안, 다도해의 비경이 압권인 남해안의 한려수도 등으로 원정 투어를 떠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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