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크린쿼터제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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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교통상부에서 스크린쿼터제 (한국영화 의무상영제) 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나오자 영화인들이 항의집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냉정한 시장논리로 볼 때 1년중 1백46일을 의'무적으로 국산영화를 상영하라는 법조항은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산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보호장치를 두는 프랑스같은 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냉엄한 시장논리와 영화산업 육성이라는 두개의 모순된 과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먼저 애국심 일변도의 감정적 호소 보다는 한국영화계의 합리적이고도 냉철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88년 미국영화 직배파동 시절, 영화인들 스스로 적전분열을 일으켜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이 문을 열어버린 사례를 새롭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흥분하고 반대만 하기에 앞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상대편에 요구하는 자세도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이 육성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같은 스크린쿼터제로 10년째 보호를 했지만 얼마나 발전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영화계 현실이다.

언제까지 보호막 속에서 키울 것이냐는 강한 반발도 있다.

이런 비판을 영화인들은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보호.육성을 하되 언제까지 시한을 달라, 그동안 우리 영화인들이 각고 연마의 노력으로 달라진 새 모습을 보여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식의 결의와 다짐을 보여야 할 것이다.

끝없는 경쟁의 시대에서 한국영화만이 보호막에서 온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가는 풀 수밖에 없는 것이 스크린쿼터제라면 시한을 정해 놓고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정부도 영화산업에 대한 약속을 할 수 있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한국영화 관객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바짝 달려들어 한국영화 중흥을 이룩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 없이 보호막만 요구할 수는 없다.

그 보호막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5년 시한제론도 나오고 있다.

무한정 스크린쿼터제만 요구할 것이 아니다. 시한을 정해놓고 영화진흥기금도 마련하고 육성책을 강구하면서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의 결집력을 보인다면 그 자체가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이고 경쟁력 확보가 아니겠는가.

한국영화가 이젠 배수진을 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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