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로 본 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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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정거래위원회의 1차 내부거래 조사결과 5대 그룹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계열사간에 자금.자산을 부당지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유형별 부당지원 행태.

◇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기업어음을 저리 (低利) 매입 = 각 그룹의 주력기업들이 장기간 적자상태이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자력으로는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기업어음 (CP) 을 정상가보다 월등히 비싸게 사주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자본금이 완전잠식된 대한알루미늄공업.현대리바트 등이 발행한 무보증 사모전환사채를 11~18%의 낮은 이자로 인수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들 업체는 계열사 이외의 제3자에게는 회사채를 인수시키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데다 18.11~30.00%의 당좌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었다.

◇ 타금융기관을 통한 우회적 부당지원 = 현행 금융감독규정에 따라 금융기관은 신탁계정에 예치한 자금으로 계열사의 CP를 직접 매입할 수 없게 돼있다.

이에 따라 A그룹 금융회사의 신탁계정에서 B그룹 계열사의 CP를 매입해주고 대신 B그룹 금융회사의 신탁계정에서 A그룹 계열사의 CP를 사주는 '바터식' 지원이 재벌들간에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결과 삼성생명은 지난 1년간 조흥은행 등 8개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에 2천3백35억원을 예치, 은행들이 이 자금으로 대한종금 등 중개기관을 통해 삼성자동차.삼성에버랜드.한솔제지 등이 발행한 CP를 고가에 매입해왔다.

하지만 형식상으로는 타그룹의 신탁계정에서 인수한 것처럼 꾸며 감독규정을 피해갔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 후순위채 매입.유상증자 참여로 계열 금융기관 지원 = IMF사태 이후 경영이 극도로 악화된 계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계열회사들이 후순위채 고가매입.주식예탁금 저리예치.유상증자 참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SK상사 등 SK그룹 6개사는 95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자본잠식에 빠진 SK증권의 후순위채를 지난 2, 3월 12.57%, 15.66%의 수익률로 인수해주었다.

또 SK㈜ 등 8개사는 주식예탁금 명목으로 3천8백75억원을 예치하기만 하고 주식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SK증권의 영업용 순자본비율은 마이너스 2백68.4%에서 한달새 1백55.7%로 뛰어올랐다.

◇ 공사대금.매각대금 등의 미회수 = 계열사에 대한 공사대금이나 매각대금 등을 지급기일이 훨씬 지난 뒤에도 회수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대우는 대우레저가 발주한 포천골프장 건설공사를 끝내고 나서 공사기성금 5백50억원을 회수하지 않았으며, 대우중공업은 시가 2천7백억원 상당의 부산 수영만 매립지를 ㈜대우에 팔고도 매각대금과 연체이자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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