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역, 매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 콘서트 팬들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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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동진역의 해돋이. 사람들이 감격의 함성을 지른다.

이윽고 그 여운을 좀 더 길게 간직하고 싶은 충동.충동들. 만일 여기에 음악이 흐른다면…. 그것도 라이브로, 클래식한 음악보다 대중성이 강한 록이면 어떨까. 26일 새벽. 비는 억수로 쏟아졌다.

4시반.5시 연이어 서울 청량리에서 밤을 새워 달려온 열차가 멈춰섰다. 이렇게 모인 '정동진 팬' 들은 1천여명. 평소 일요일보다 2천명가량이 줄어들긴 했어도 좀처럼 자리를 뜰 요량이 아니었다.

초대된 그룹 들국화의 전인권씨도 가슴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콘서트 강행의사를 비쳤다. "바다가 나를 부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주를 포기하는 건 있을 없는 일이다. "

전인권씨의 탁한 음성이 동해를 향해 울려 퍼졌다. 이름하여 '정동진 모닝 콘서트' .지난해 4월 딱 두번, 그달 마지막 일요일 새벽 동틀 무렵 오프닝 연주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이색행사는 대책없이 자꾸 이어져 지금까지 모두 여덟번을 치렀다.

처음 의아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정 팬이 돼 어김없이 찾아올 정도다. 이번 들국화 말고도 리아.강산에.박상민 등 라이브에 강한 대중음악인들이 거의 한번씩 초대됐다.

이 행사는 이 지역 소주인 경월소주 지원이 없었다면 금방 막을 내려야 했다. 행사 아이디어를 처음 낸 에이스기획 박채전 (36) 실장의 말. "바다와 록음악을 연결시켜 놓고나니 문득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10월까지 이어질 이 행사에 정태춘씨를 초대하려 섭외 중입니다.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80년대 학번 세대거든요. 당시 그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가수와 함께 정동진에서…. 말이 될 것 같지 않나요. " 정작에 정동진 해돋이에 빠진 당사자는 바로 박실장. 동해를 음악의 산실 또는 살아움직이는 무대로 삼고 싶은 이상한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달 29~30일 강릉 경포대에서 록페스티벌을 열 작정이다.02 - 325 - 2970.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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