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백범김구' '유랑의 노래' 동시연출 동분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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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편제' 의 소릿광대, 김명곤의 요즘 일터는 남산 아래 국립극장이다.

오전에는 국립창극단의 정부수립50주년 기념창극 '백범 김구' (8월14~16일.국립극장 대극장) , 오후에는 극단 아리랑의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유랑의 노래' (9월26일~10월3일.문예회관 대극장) 연습이 연출자인 그를 기다린다.

야인 김명곤과 '국립' 의 만남이라. 차범석 문예진흥원장이 중도사퇴한 '백범 김구' 연출을 그가 맡았다는 소식에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91년 '격정만리' 사건을 기억한다면 '유랑의 노래' 서울연극제 참가는 더 새롭다.

좌우익 연극인들을 대비시켜 일제치하 예술가의 문제를 다뤘던 김명곤 작.연출 '격정만리' 에 당시 연극협회는 이적표현 가능성과 연극사 정통성 왜곡을 이유로 서울연극제 참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 '백범 김구' 의 주제는 이미 내 작품에서 다뤄온 것이다. '갑오세 가보세' 에서 동학, '격정만리' 에서 항일, '통일굿' 에서 분단. 김구라는 인물 속에는 그게 다 있다. 창극 '백범 김구' 는 그간 해온 것을 정리하고 확대하는,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다."

올초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의장직을 맡기도 한 그는 오래도록 주장해온 '교류론' 을 다시 펼친다. 경계가 허물어져야 할 것은 기성공연계와 마당극.민족극뿐 아니라 영화와 연극 사이도 마찬가지라는 것.

"스텝이든 배우든 능력있는 사람들의 교류가 절실하다" 고 말하는 그 자신이 극단 연우무대의 '장사의 꿈' .이장호감독의 '바보선언' 등 초기부터 연극.영화 양쪽에서 연기이력을 쌓아온 것은 널리 알려진 일.

연극무대에서는 86년 극단 아리랑 창단이래 연기.연출.극본의 1인3역을 거듭해온 그가 영화 연출 역시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시나리오와 연기 겸업이라면 이미 임권택감독의 '서편제' 에서 겪어본 터다.

'유랑의 노래' 는 일제탄압.신식서커스에 밀려 한바탕 꿈같은 연희인생을 접는 남사당패 꼭두쇠가 주인공. 고 (故) 박초월선생에게서 소리공부를 하기도 전인 대학시절, 왕년에 남사당패 삐리였다는 노인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이래로 떠도는 광대의 삶은 늘상 그를 사로잡아온 주제다.

30여 장면으로 구성된 '유랑의 노래' 는 희곡을 읽는 이에게 마당극적인, 혹은 영화적인 장면전환을 상상하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시나리오로도 써둔 상태. 연극뿐 아니라 영화.음반 등 다양한 문화상품 제작을 위해 지난 4월 만든 아리랑프로덕션이 이번 연극무대에 이어 영화화를 추진할 참이다.

이번 연극무대에는 '서편제' 시절 만난 연출부가 도움을 줄 예정. 줄타기 등 남사당패의 고난도 연희장면을 영화로 촬영, 무대위의 배우와 겹쳐 활용할 생각이다.

코러스 역할을 할 해설광대들의 등장.극중극 형태를 띌 꼭두각시놀음 등 연극적 재미의 요소도 곳곳에 구상해 놓고 있다.

아리랑 창단이후 벌써 12년. "이제는 내가 '기성' 연극이 돼버렸다" 는 자인 (自認) 이 오히려 그가 보여줄 연극적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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