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논어 한글역주』를 펴낸 도올 김용옥씨가 동양 고전 한글역주 두 번째 작업으로 『효경 한글역주』(통나무, 480쪽, 2만6000원·사진)를 내놓았다. 고문(古文)으로 된 ‘효경’ 자체는 서문과 22개 장으로 이뤄진 1780자의 텍스트다. 증자(曾子)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으로 이뤄진 글이다. 도올은 이 텍스트 원문과 번역·주해만으로 책을 꾸민 게 아니라, 그 특유의 ‘문명사론’으로 책의 절반을 채웠다. 주자학이 훼손한 ‘효’의 본원적 의미를 묻고, ‘효 사상’의 문명사적 전개를 다뤘다.
“주자의 체계에서는 철저한 충(忠)과 효의 일원화가 성립한다. 주자가 ‘효경’을 너무 협애하게 만들었다”는 게 도올의 견해다. 주자학은 충효의 일체화를 통해 ‘효’로써 백성을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효경』의 원래 의도는 천자가 가진 권력을 도덕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도올은 “『예기』에서 공자는 ‘나무 한 그루 베는 것, 짐승 한 마리 죽이는 것도, 자연의 때를 따라 공경히 하지 않으면 그것은 불효’라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불감훼상’의 효 사상이 인간을 넘어 우주적 생명론으로 확장하는 대목이다.
배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