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의 일본]어떤 경제정책 펼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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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부치 체제의 등장이 세계 금융시장에 악재 (惡材) 로 작용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일단 빗나갔다.

닛케이 (日經) 평균 주가는 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 (社) 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방침에 따른 전날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24일 173.88 (1.1%) 오른 16, 361.89로 장 (場) 을 마감했다.

엔화 가치는 오후 들어 전날보다 달러당 0.7엔 가량 오른 1백40엔대에서 거래됐으나 오부치 당선 소식과 함께 1백41엔대로 하락했다.

마감시세는 1.14엔 오른 1백40.53엔. 도쿄 (東京)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홍콩.서울 등 아시아 지역에도 안도감이 확산됐다.

일단 오부치호 (號)가 출범하면 경기회복.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재 경선 과정에서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재정구조 개혁 추진을 무기한 보류하고 감세 규모를 6조엔 이상으로 늘릴 것을 약속했다.

^불량채권의 조기 처리^가교은행 설립^30조엔의 재정자금 투입 등도 약속했다. 하시모토 정권 때보다 강도 높은 대책들이 그대로 실현되면 일본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오부치의 물량 위주 경기대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감세.공공투자 확대에 따른 부족 재원을 적자 (赤字)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무디스가 23일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시사한 것도 국채의 대량 발행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이사회 (FRB) 의장이 22일 금리 인상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일본 자금의 해외 유출이 늘어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시장의 냉소적인 신호들을 의식해 오부치는 앞으로 다양한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통산상 등 주요 경제부처 수뇌에 민간기업 관계자들을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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