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신행 살리기'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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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5회 임시국회는 '이신행 (李信行) 국회' . 한나라당 의원 1백51명이 일방적으로 단독소집을 요구한 이번 임시국회에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엔 한나라당의 국회소집 요구 목적이 구속 대상인 동료 이신행 의원의 보호에 있다는 비아냥이 깔려 있다. 실제 한나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 "동료가 구속되는 것을 막는 게 정치적 의리 아니냐" 고 털어놓는다.

현행 헌법에는 현행범을 제외하곤 회기 중에 국회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44조1항) 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런 행태는 여러 측면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우선 여당과의 약속위반이다. 원래 195회 임시국회만은 여야 합의로 소집하자는 3당 원내총무간의 잠정합의가 있었다.

정치인 사이에 '약속' 이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한나라당은 소집요구서를 내기 하루 전인 21일까지만 해도 단독 소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당측에 전달했었다.

그럼에도 이전의 194회 임시국회가 끝나는 23일이후 검찰이 이신행 의원을 기산사장 재직 때의 횡령 등 혐의로 체포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서둘러 국회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비리혐의설 (說) 이 있는 다른 의원들이 소집요구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임시국회가 비리혐의 의원의 피신처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기대를 저버린 것같아 안타깝다. 한나라당의 선전 (善戰) 은 현정권의 정책혼선.개혁효과에 대한 불안감을 국회에서 따져달라는 민심 일각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대여 (對與) 견제력을 높여 주자는 쪽의 표심 (票心) 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기대치를 외면하고 임시국회를 검찰력 방어의 피난처로 또다시 활용한 것은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행태가 국민들이 국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전영기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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