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 북한문화유산 답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한 북한문화유산답사가 7월20일 백두산 등정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두해에 걸친 세차례 방북 (訪北) 답사일정은 평양을 중심으로 동으로는 원산 송도원과 금강산, 서로는 구월산과 정방산, 남으로는 개성, 북으로는 묘향산과 백두산에 이르는 북한 전역에 걸친 문화재 답사 여행이었다.

분단 반세기동안 언론사상 최초로 남북한 당국의 공식적 합의를 거쳐 이뤄진 북한 문화 대장정이었다.

북의 실상을 정치적 목적이나 상업적 타산을 떠나 문화유산이라는 창을 통해 접근한 본격적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기도 했다.

문화유산의 창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수백만 실향민의 잃어버린 고향을 재생시켜주는 의미도 컸다.

1, 2차 방북 답사 결과를 연재하는 동안 독자들이 보여준 뜨거운 성원도 이같은 맥락의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3차 방북에서 이뤄진 금강산.내금강.별금강, 그리고 백두산 등정은 공식 대표단으로서는 북에서 허용한 최초의 단체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값지다.

현대그룹의 금강산 개발이 목전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조사단이 살펴본 금강산 개발 계획은 결코 하루 아침에 해치우는 무작정 개발사업이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었다.

특히 내금강 표훈사 일대와 보덕암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고 지난 1, 2차 답사때의 안악3호고분이나 강서대묘 내부 벽화가 온전히 간직되었다는 사실로 미뤄 무차별 관광객 허용이 결코 남북한 문화재.환경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전장 (戰場) 아닌 시장 (市場) 논리로 북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를 알고 서로를 배우며 남북이 상생 (相生) 하는 논리가 새 정부의 햇볕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정책에 가장 효과적이고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현실적 방법이 문화유산 답사고 나아가 남북한 전문가 집단이 서로 교류하면서 연구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거치는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분단 반세기 동안 서로의 일상과 언어.습관은 몰라보리만치 달라졌다.

서로의 체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삶의 방식을 알아야 분단의 벽은 낮아지고 민족통합과 화해의 길도 열린다고 본다.

우리는 세차례 북한문화유산답사로 남북 문화교류의 큰 길을 열었다고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이제 작은 구멍을 열었을 뿐이다.

이런 작은 구멍들이 여러 단체와 보다 실천적인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넓어지면서 남과 북의 장벽을 넘어 가시화.활성화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