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장칭이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이 병상에서 눈을 감자마자 사람들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당신은 부당한 대접을 받아 왔어. 나는 혁명의 정상에 도달하려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오. 그러나 당신은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거요.” 남편이 써 준 유언이란 주장이었다. 권력 투쟁의 회오리 속에 한 달 후 정치국 회의가 열리자 그녀는 문제의 종이를 흔들며 나타나 당 주석 자리를 넘기라고 호통쳤다. 하지만 조작 냄새가 짙은 ‘유언장’은 힘을 못 썼고 장칭과 측근 등 이른바 4인방은 옥에 갇히는 신세가 돼 버렸다.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주석 직을 차지한 건 마오쩌둥으로부터 “그대에게 맡기면 나는 안심이오”라고 적힌 쪽지를 건네받은 화궈펑(華國鋒)이었다(폴 존슨, 『모던타임스』).
죽음은 종종 분란을 낳는다. 가진 게 많은 자의 죽음일수록 더 그렇다. 죽는 자가 유언장을 남겨 산 자들의 갈등을 줄여 보려 하나 허사가 되기 일쑤다. 어떻게 나눠 주든 제 몫에 불만을 품는 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유언장을 쓸 당시 고인의 정신 상태가 의문시되고, 유언장의 진위 시비가 끊이질 않는 건 그래서다.
마오쩌둥 못지않게 여러 번 결혼해 복잡한 가족 관계를 지녔던 ‘팝의 전설’ 프랭크 시내트라는 궁여지책 끝에 특별한 단서를 단 유언장을 남겼다. ‘누구라도 내 유언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자동으로 상속권을 박탈당할 것’이란 조항이다. 그럼에도 임종까지 해로한 넷째 부인 바버라에게 2억 달러의 유산 중 가장 큰 몫을 물려준 걸 둘러싼 전처들 간 아귀다툼을 막진 못했다.
최근 공개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유언장을 놓고 논란이 무성하다. 세 아이의 법적 후견인과 재산 신탁 수익자로 지목된 어머니 캐서린에 맞서 아이들 생모 등 다른 가족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모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시작된 추잡한 유산 싸움을 만약 죽은 잭슨이 본다면 ‘스릴러’ 뮤직비디오 속 좀비들처럼 관에서 벌떡 일어날 것 같다.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