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2004] 플로리다·오하이오 등서 판가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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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7개의 자그마한 주의 선거 결과에 좌우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캘리포니아.텍사스.뉴욕 등 대규모 주들은 이미 어떤 후보에게 갈 것인지가 사실상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55명으로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서부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아성이다. 동북부 지역의 해안가에 인접해 있는 델라웨어.뉴저지.코네티컷.로드 아일랜드.매사추세츠.뉴욕 주 등도 마찬가지다. 대선 때만 되면 미 대륙의 양쪽 해안가에 있는 이 지역들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칠해진다.

공화당도 지지 기반이 아주 든든하다. 텍사스를 비롯해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조지아.테네시.사우스 캐롤라이나.노스 캐롤라이나.켄터키 등의 주는 공화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이런 지역은 대선 때면 공화당을 표시하는 붉은색이 넘쳐난다. 한국의 영.호남처럼 미국도 지역별로 아주 뚜렷한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왔다갔다 하는 주(swing states)'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0년 대선 때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부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5% 이내였던 주들로 모두 17개다.

그중에서도 최대 격전지는 이번에도 플로리다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 대선 때는 공화당 부시 후보가 민주당 고어 후보를 0.01%포인트 차이로 이겨 27명의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갔다.

부시 대통령은 그 덕분에 전체 538명 선거인단의 과반이 간신히 넘는 271명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플로리다는 4년 전보다는 부시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고 한다. 지역경제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 대한 거부감이 커 누구도 맘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둘째 격전지는 오하이오주다. 선거인단이 20명이다. 2000년에는 부시 대통령이 4%포인트의 격차로 고어 후보를 쉽게 눌렀지만 올해는 경제사정이 나빠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의 경우 부시 지역이지만 최근 핵폐기장 건설로 여론이 나빠졌고, 남미계가 많이 유입돼 전망이 유동적이다.

오리건.뉴멕시코.아이오와주의 경우 민주당 강세이긴 하지만 2000년 대선 때 고어가 불과 1% 이하의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케리로선 전혀 맘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또 인구변화에 따른 조정으로 공화당 승리지역 선거인단 수는 278명으로 늘었고, 민주당 승리지역 선거인단이 260명으로 줄어든 것도 민주당의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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