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정책적인 문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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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88년에 입사해

열여섯해를 일하면서

요즘처럼 바쁘기는 처음이오.

서초동에서 분주하신

'대법원'선배 덕분에

이곳 종로에서 그동안

조용하게 지내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우글우글

'이래라 저래라' 시끌시끌

정신 사나워 죽겠소.

몇 달 전에는

주주들이 임명한 사장을

쫓아낼지 그냥 둘지 정하라며

법전을 들이대더니

여차 저차 해결하고

한숨 좀 돌리려니

이젠 아예 한 술 더 떠

'본사를 옮기네 마네'

'양심적 업무 거부를

인정해 줘야 되네 마네'

우리 회사 최고 골칫거리는

죄다 내 앞에 쌓아놨소.

나야 어쩔 수 없이

헌법 책 열심히 뒤적여서

나름대로 답을 써주겠지만

그게 정말 '정답'이겠소?

사장을 갈아치우는 일이

본사를 옮기는 일이

어디 '법대로'만으로

해결될 문제란 말이오.

특히 저기,

여의도에 있다는 '국회'씨!

같은 월급쟁이 처지에

당신은 무슨 배짱으로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하면서

자기 일 남에게 미루는 거요?

당신이 똑바로 안 하는 통에

애꿎은 나만 일이 쌓이고

우리 회사 '대한민국'은

적자만 쌓이지 않소.

우리 제발,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집시다!

정 못하겠으면, 사표 쓰던지.

*수도 이전, 대체복무제 도입 등 정책적인 문제들이 국회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사이 헌법재판소가 곧 사법적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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