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간접흡연 발암증거 없다”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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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간접흡연은 암을 유발하는 A급 원인' 이라는 미 환경보호청 (EPA) 의 93년 보고서는 잘못이라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로 미국의 담배 유해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 1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의 윌리엄 오스틴 판사가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EPA 보고서는 "간접흡연이 연간 3천여명의 폐암 사망자를 내고 있다" 는 내용으로 미국 사회 거의 모든 시.군에서 실내 흡연을 금지하면서 내세운 근거가 됐었다.

담배업계는 보고서가 나오자 바로 조사과정의 적법성을 물고 늘어지는 소송을 냈다. 5년간에 걸친 법정싸움 끝에 커다란 승리를 거둔 셈이다.

담당 판사는 "간접흡연과 암간의 통계적 유의성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EPA는 법적.과학적 절차를 충분히 밟지 않은 채 성급한 결론을 냈다" 고 밝혔다.

EPA가 보고서를 내기 위해 적용했던 '라돈 가스 법' 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야 했음에도 EPA는 담배회사들의 자료를 묵살했으며 간접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통계적 근거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판결이 나오자 미 담배업계가 의기양양해진 것은 당연하다.

RJ 레널즈 담배사의 찰스 블릭스트 부회장은 "우리는 공공장소 흡연규제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 판결을 계기로 EPA가 반 (反) 흡연운동의 십자군 역할을 하는 것을 그만 포기했으면 한다" 고 기세를 올렸다.

이번 판결을 처음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번 판결로 실내 흡연을 금지하는 미 전역의 수많은 지방정부 조례가 폐기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판결에 대한 반대도 만만찮다.

도나 샬라라 보건복지장관은 "비행기나 식당 안에서 함부로 담배를 피워대던 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이라며 반감을 표시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간접흡연의 영향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담배를 멀리하는 미국 사회의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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