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취업 전엔 신용카드 안 쓸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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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용불량자가 돼 고생하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대다수가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경우더군요."

여름방학을 맞아 신용회복위원회(www.pcrs.or.kr)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현상((左).24.대진대 국제통상학과)씨.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는다는 얘길 듣긴 했어도 남의 일처럼 여겼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 중 내 또래 대학생이 20~30%나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신용회복위원회는 신용불량자들의 빚을 조금씩 나눠갚게 하거나 이자 일부를 깎아줘 재기할 수 있게 돕는 곳이다.

서울 명동에 있는 위원회 건물은 날마다 800여명의 신불자로 북적거린다. 상담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찾는 이들은 많아 서너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그러다 보니 종종 항의하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런 불만을 달래주면서 친절히 안내하는 것이 제 일이죠. 물론 애꿎은 저한테 심한 소리를 하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다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라 그러려니 이해하려 애씁니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인 송준환((右).21.서울산업대 컴퓨터공학과)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직장을 잡기 전엔 절대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친구들에게도 카드를 가능한 한 쓰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

곽진성 대학생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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