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열린 ‘2009 부산 골든 폴’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국가대표 임은지(부산 연제구청)가 4m20cm 기록에 도전했다 실패한 뒤 응원해 준 관중을 향해 박수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5일 부산시 광복동 용두산공원에서 열린 부산 골든폴 장대높이뛰기대회. 초여름 한낮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함성과 박수소리가 경기장을 달궜다. 여자 일반부에서 우승한 한국기록(4m35㎝) 보유자 임은지(부산 연제구청)는 “다른 국내 대회는 선수들끼리만 응원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일반 관중이 많이 와서 지켜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원조 장대 스타의 구수한 해설=대회가 열린 이틀(4~5일)간 경기장 한쪽에서 홍상표 부산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뛴 이 선수는 중학교 때 동급생 중에서 가장 뛰어났고, 형님도 같이 운동을 하는….” “장대높이뛰기는 일단 달려오는 타이밍을 잘 잡고….” “소련에 세르게이 붑카라는 선수를 가르쳤던 페트로프라는 코치가 있는데….” 홍 부회장은 1960년대 한국선수로는 처음 4m를 넘었고, 66년과 70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장대높이뛰기의 ‘원조 스타’다. 홍 부회장의 구수한 해설은 육상 종목 문외한인 일반 관중을 장대높이뛰기의 세계로 안내했다. 선수들이 서 있는 조주로(도움닫기 트랙)에서 관중석까지 거리는 1m 남짓. 선수들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탄탄한 근육질의 남자선수들이 등장하자 관중석의 여고생들이 외쳤다. “오빠, 복근 짱.” 관중과 선수가 하나였다.
◆현역 장대 스타의 인기몰이=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역시 임은지였다. 다음 달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10일 이탈리아 포미나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귀여운 배꼽티 경기복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른 선수들 경기가 끝난 뒤 혼자 남아 3m80㎝와 4m를 차례로 넘었다. 강한 맞바람 탓에 4m20㎝는 끝내 넘지 못했지만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얼마 전 봉을 좀 더 무거운 것(140→145파운드)으로 바꿨다. 그간 힘 붙이는 훈련을 많이 했는데 기술 쪽을 보강하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이탈리아 전훈 동안 붑카와 옐레나 이신바예바를 키워낸 비탈리 페트로프 코치의 지도를 받게 된다.
부산=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