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반딧불이 1만마리 번식성공 林珍澤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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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예전엔 고향 개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가 사라진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반딧불이를 번식시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

반딧불이 7백마리를 1년만에 1만마리로 인공번식하는데 성공한 에버랜드의 林珍澤 (39) 과장.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반딧불이 아버지' 로 불린다.

오전 3~4시까지 이천.원주.진천 등 전국의 계곡.골짜기 등을 돌아다니며 번식에 이용할 반딧불이를 채집하는데 나서는 등 1년여 동안 '씨름' 한 끝에 대규모 번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등으로 반딧불이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라 번식지를 찾아내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시골 노인들에게 막걸리도 대접해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을 알아내고 주변사람들의 제보도 받아 채집에 나섰지요. " 반딧불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난해 6월을 전후해 밤마다 전국의 풀숲을 헤치며 찾아 나선 결과 7백여마리를 채집할 수 있었다.

"수컷은 태어나자마자 꽁지에 불을 뿜으며 날아다니는데 암컷이 불빛을 내며 수컷을 유혹하지요. 이들은 서로 교미한 뒤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산란 후 1주일만에 죽기 때문에 '반딧불' 을 볼 수 있는 기간은 10여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林씨는 이렇게 어렵게 채집한 반딧불이를 번식시키기 위해 반딧불이 유충이 먹고 사는 다슬기, 깨끗하고 천천히 흐르는 개울 등 반딧불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반딧불이를 '극진히' 보살폈다.

그 결과 자연상태에서 부화해 성충이 될 가능성이 5% 미만에 불과한 반딧불이를 1만여마리까지 번식시킨 것.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도 반딧불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는 林씨는 "반딧불이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자연학습을 원하는 학교에 언제든지 분양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林씨가 번식시킨 반딧불이를 놀이공원 등에 풀어놓는 '반딧불이 축제' 를 17일부터 열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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