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산종건 안병균회장, 자율적 화의로 3자 피해 최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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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회사가 제도적으로 살아날 길은 없지만 채권자.피분양자.회사 3자가 조금씩 손해를 보면서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일일이 만나 자율적인 화의에 동의해달라고 설득해볼 계획입니다. "

7전8기를 딛고 대그룹 회장까지 됐다가 다시 빈털털이가 될 위기에 처한 안병균 (安秉鈞) 나산회장. 나산종건의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된 15일 오후 서울 북창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나산종건이 분양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3천5백여가구분. 하나도 분양보증이 안된 데다 대부분 토지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있어 현 상태에서 청산된다면 분양받은 사람들만 재산을 날릴 처지다.

여기에다 피분양자와 금융권.하청업체 등 이해관계자는 모두 1만8천여명에 이른다.

安회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손해보게 하고 내가 어떻게 나중에 재기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어요" 라면서 "어쨋든 일을 해야 분양한 집을 조금이라도 지어줄 수 있을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해 말 나산 부도이후 나산종건 재기에는 특히 강한 집착을 보였다.

실제로 법원에서 나산종건의 '청산불가피' 판단을 내린 것은 이미 지난달 초였지만 安회장이 줄곧 계산상의 오류 등을 지적하며 3차례나 이의제기를 하는 바람에 재판부도 계속 최종 결정을 미뤄왔었다.

그러나 결국 법정관리가 기각되자 그는 이번에는 '이해당사자간 화의' 라는 구상을 들고 나선 것. 그의 구상은 이렇다.

"담보가 잡혀있지 않은 개인땅인 일산 오피스텔부지와 공사가 크게 진행되지 않은 목동 주상복합아파트를 아파트로 용도변경하고, 현재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을 완공시켜 피분양자들을 입주시키고 남은 부분은 분양을 해 채권단에 모두 넘겨준다" 는 것이다.

安회장은 "서로 타협만 잘돼 이런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면 채권단은 경매가 이상의 돈을 회수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공기지연에 따른 손해만 감수하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부채가 8천7백억원이 넘고, 이중 5천억원정도는 법정관리 개시가 결정된 ㈜나산이 지급보증을 선 상황에서 금융권이 과연 이런 그의 제안에 동의해 줄 지는 미지수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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