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바둑 '조치훈 천하'…최고기전 본인방 10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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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치훈9단이 일본 최고 (最古) 의 기전인 본인방 (本因坊) 전에서 '10연패' 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89년 본인방에 오른 이래 9년 연속 타이틀을 지켜 온 趙9단이 13, 14 양일간 일본 이바라키 (茨城) 현 후쿠로다 (袋田) 온천호텔에서 벌어진 제53기 본인방전 도전 7번기 제6국에서 도전자 왕리청 (王立誠) 9단을 1백54수 만에 백 (白) 불계로 제압하고 4승2패의 전적으로 방어에 성공하면서 본인방 10연패라는 불멸의 업적을 세운 것. 지금까지는 다카가와 가쿠 (高川格) 9단의 9연패가 기록이다.

우승상금은 2천5백만엔. 본인방이란 일본 도쿠가와 (德川) 막부시대를 풍미했던 바둑 4가문중 최고의 업적을 남긴 가문의 이름. 세습제였던 본인방 자리는 1941년 본인방전이 시작되면서 최초의 타이틀전 명칭이 됐는데 그 상징성 때문에 일본기사들의 애착이 대단하다. 趙9단은 83년 일본 최초로 기성.명인.본인방을 동시에 갖는 대삼관 (大三冠) 을 이루며 일본의 정상에 오른다.

그러나 86년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대국' 을 강행한 데다 라이벌 고바야시 고이치 (小林光一) 9단이 강해져 그에게 일본랭킹 1, 2위의 기성과 명인타이틀을 잃고 정상에서 밀려났다.

89년 랭킹 3위의 본인방을 획득하자 1인자 고바야시가 대삼관을 노리며 계속 도전해 왔다.

그러나 90년 1승3패에서 3연승, 91년 2패후 4연승. 92년 3패후 4연승. 趙9단은 이처럼 극적으로 본인방을 사수하며 재기를 노렸고 그 사이 고바야시는 점점 쇠퇴했다.

엄격한 체력관리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趙9단은 올해 명인을 방어하면 3년 연속 대삼관을 달성하는 또다른 기록을 세우게 된다.

'목숨을 걸고 둔다' 는 본인의 좌우명처럼 벼랑끝 대역전과 7전8기의 투혼으로 점철된 趙9단의 바둑인생은 올해로 프로생활 30년을 맞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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