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고 ‘국제과’ 탈법운영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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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장소로 알려진 북일고 ‘서미트 홀’ 모습.

천안북일고 ‘국제과(科)’ 불법 운영 의혹이 지역 교육계 핫이슈로 떠올랐다. 충남도교육청은 최근 북일고를 상대로 사실 확인을 위해 특별 장학지도를 펴기로 결정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일 “구체적인 장학지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장학지도 결과에 따라 감사가 진행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상임대표 이상선·이하 실천연대)는 지난달 25일 도교육청 앞에서 “북일고가 국제과 신입생을 사전 선발하고, 교육과정도 제멋대로 운영했다”며 감사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신입생 선발 정원 내에서 국제과 학생을 뽑아 다른 응시생들의 합격 기회를 빼았고, 비정상적 교과 운영으로 학생들 간 위화감을 불렀다는 것이다.

◆커지는 의혹=도교육청과 실천연대 등에 따르면 북일고는 지난해 6월 국제과 신설 승인을 받았다. 정원 30명의 국제과는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특수 학급이다. 당초 2009학년도부터 국제과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진행절차가 늦어지면서 2010년 첫 신입생을 뽑도록 승인 받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북일고는 올 1학기부터 별도로 마련된 ‘국제관(서미트홀)’이라는 전용 건물에서 국어와 국사, 예·체능을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신입생 ‘특수 학급’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일반 전형으로 모집한 올해 신입생 중 일부를 선발해 ‘유학반’을 운영했을 뿐 ‘국제과’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실천연대 측은 “북일고는 국제과 신설 승인 직후인 지난해 7월 서울과 천안에서 입학설명회를 가졌으며 이후 8월에는 개별 면접과 영어인터뷰 등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제과에 편성된 1학년 남학생 9명 전원은 서울 등 전국 시·도에서 지난해 10월 전입해 온 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학생 8명(북일여고)도 대부분 같은 시점에 다른 시·도에서 천안으로 이사 온 학생들이다. 이들 국제과 학생들이 이사 오기 전 다녔던 (전출지)학원 몇 곳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학원장은 “지난해 9월 전후해 북일고 국제과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전형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이들 대부분이 위장 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실천연대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신현주 북일고 교장은 “법이 정한 기한 내에 주소지를 옮긴 학생들이 일반 전형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모집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학반 운영도 도교육청과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이었던 최동식 천안중앙고 교장은 “지난해 북일고가 국제과 학생을 사전 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그만두라’는 지침을 내린바 있다”며 “별도 학급을 만들어 영어 몰입교육을 하는 것은 교육과정 상 명백한 불법인데 누구와 협의했다는 것이냐”며 신 교장 주장을 반박했다.

◆자율고 승인 문제되나=북일고는 지난달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신청, 현재 도교육청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6일 1차 심의가 열렸다. 애초 도교육청은 지난달 말까지 심의를 마치고 승인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교육당국과 북일고는 중요한 시점에 ‘국제과 사전 선발 의혹’이 불거지자 난감해 하고 있다. 일단 도교육청은 국제과 문제는 학사운영에 관한 장학지도 사항임으로 자율고 지정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지훈 실천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편법과 불법을 일삼는 ‘북일학원’은 자율고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율고 지정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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