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간첩 침투]당시상황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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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합동신문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무장간첩 침투상황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에도 잠수정이 해안 1.5㎞ 안팎까지 접근한 뒤 침투조를 내보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부검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무장간첩의 사인은 심근병증에 의한 급성 심장마비. 심근병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심장이 크고 자각증상이 없으며 갑작스런 외부충격이나 긴장.과로시 심장발작을 일으킨다.

더구나 폐에 이물질도 없어 익사가능성은 없어졌다.

즉 이 간첩은 추진기를 타고 침투 도중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지만 정상인 다른 조원들까지 같은 이유로 함께 죽었을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 침투 물증 = 수중 추진기의 스크루에는 수심 20m 이내, 즉 해안 인접지역에서만 자라는 수초가 엉켜있었다.

해안까지 접근했을 가능성의 방증이다.

군 관계자는 "야밤에 1㎞ 이상 떨어진 채 바닥에 잠겨있는 잠수정을 육안으로 찾아가기는 불가능하다" 고 밝혔다.

더구나 죽은 무장간첩은 수중 송수신기를 메고 있었다.

침투때 수중 송수신기는 조당 1개만을 지닌다는 점에서 사고 직후 다른 침투조원들이 잠수정과 연락, 되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발견 당시 추진기의 축전기도 거의 방전된 상태였다.

추진기는 잠수정에서 꺼내 물위로 올린 뒤에야 모터를 가동, 잠행.부상을 계속하는 '돌고래 항법' 으로 이동시킨다.

◇ 잔당의 잠수정 복귀 여부 = 군 당국은 잠수정 근처에서 사고 (1명 사망)가 났다면 잔당들이 심리적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숨진 간첩은 호흡기 2개를 고무줄로 자신의 손목에 묶은 채 발견됐다.

다른 2명은 별도의 산소통과 호흡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잠수정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동료의 시체 등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침투의 기본 수칙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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