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남아에 체류 중인 탈북자 400여명 한꺼번에 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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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남아의 한 국가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400여명을 다음주 중 한꺼번에 국내로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탈북자의 일괄 한국행을 놓고 올 초부터 해당 국가와 긴밀한 협의를 벌여왔으며, 최근 해당국 정부로부터 최종 동의를 얻었다"면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전세기 2대를 현지에 보내 탈북자들을 한꺼번에 입국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국가 이름을 보안에 부쳐 달라고 언론에 주문했다.

탈북자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입국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의 국내 입국 및 정착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지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들 탈북자의 입국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5월 말부터 관계부처 간 협의체제를 비밀리에 가동하는 한편 현지 공관을 통해 외교적 교섭을 벌여왔다"며 "정부 고위관계자가 국제회의 석상에서 해당국 고위간부와 세차례나 따로 회동해 우리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전하고 탈북자 전원의 국내 이송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이들의 입국에 대비해 국정원.통일부.국방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탈북자 심문조를 구성하고 수용시설을 확보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벌여왔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들 탈북자의 안전확보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의 무사 입국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탈북자들의 입국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소식통은 밝혔다.

이 소식통은 "당초 대북관계를 고려해 입국시점을 다음달 3일 열리는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로 잡으려 했다가 해당국가의 재촉으로 일정을 앞당겼던 것"이라며 "하지만 계획이 공개된 만큼 북측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국을 장관급 회담 이후로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입국루트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23일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총 517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1993년까지는 640여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급격히 늘기 시작, 지난해에만 1281명이 증가했다. 올해에도 지난 6월까지 760명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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