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원용 도청감지기 단체구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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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도청 감지기 단체 구입을 추진중이다.

구매검토 지시는 지난주 총재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도청 감지기는 전화 수화기등에 부착돼, 도청을 당할 경우 불이 들어오거나 별도의 신호음으로 도청사실을 통화자에게 알려주는 기구. 당지도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당 소속의원 1백47명 전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자택과 당사 등지에 설치된다.

현재 당 의원국과 2~3명의 초선의원들이 견적서를 뽑아 검토하는 등 구매교섭을 진행중이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최근의 '안기부 문건파동' 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도청을 피해보려는 실제 필요보다는 정치적 시위효과를 노린 것이다.

안기부에 대한 공세와 더불어 세간에 널리 퍼져있는 도청 의혹도 공론화시켜 안기부의 정치개입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다.

도청에 대한 국민적인 악감정도 물론 고려됐다.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다.

한나라당은 새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도청 의혹설' 을 제기해 왔다.

지난 6.4지방선거때는 일부 당직자들이 도청을 의식, 발신용 휴대폰 2~3개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통화감이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잦다" "전화가 자주 끊어진다" 는 의원들의 하소연 수준에서 맴돌던 도청 의혹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지난 6월말. 서청원 (徐淸源) 총장이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현재 전국적으로 전화도청설이 퍼져있으며 정.관.재계 등에서도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 고 언급하면서 부터다.

그후에도 한나라당은 수차례에 걸쳐 도청의혹설을 부각, 국민회의측과 대변인 성명전도 벌인 바있다.

현재 구매를 검토중인 도청 감지기는 두 종류. 하나는 10만원대의 국산 감지기로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화국의 전화선을 통한 도청은 감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는 40만원대의 수입품인데 모든 종류의 도청을 감지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통화당사자 2명 모두가 설치했을때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흠이 있다.

한나라당이 실제로 도청 감지기를 구입할 가능성은 절반정도다.

한나라당은 현재 구매비용과 실제 효과, 정치적 득실 등을 놓고 구매여부를 심각히 저울질하고 있다.

도청의혹은 새삼스런 문제는 아니다.

구 (舊) 야권 인사들도 과거 개별적으로 도청감지기를 구입, 사용한 경우가 있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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