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고뇌]외압·청탁 등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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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구조조정의 총지휘자다. 정부내에서 금감위가 구조조정의 단일창구가 되자 금감위원장으로서 보다 '구조개혁기획단장' 으로서의 일이 더 많다.

그가 구조조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워크아웃' .은행이 부실기업으로부터 빚을 제대로 받아내기 위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채권자가 채무자를 잘 키워 서로가 득이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생소한 말이지만 어느새 구조조정의 키워드가 됐다.

李위원장은 워크아웃의 '전도사' 를 자임하고 있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워크아웃이란 은행과 기업이 서로 사는 '윈윈 전략' 임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당하는 기업.은행은 불만이 많다. 퇴출기업.퇴출은행 근로자들은 매일 금감위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래도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으로 일관하고 있다.

퇴출대상을 검토할 때는 아예 2개월이나 집을 비웠다. 이때 그의 자택을 찾았다가 헛걸음한 사람도 상당수다. 처신은 냉정하게 하지만 고민이 없을 리 없다.

잠이 오지않아 술기운을 빌려 잠을 청한다고 한다. 수면부족과 과로로 뺨에 실핏줄이 터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공직을 떠난지 약 20년만에 장관급으로 '화려한 컴백' 을 했다. 재무부 관료시절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부총재 (당시 장관) 와 맺은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현장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시험이라고 하면 무적이다. 고등학교.대학.고시 할 것없이 수석만 해온 인물. 관계 (官界) 를 떠나 한때 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의 아이디어맨으로 활동했었고, 대인관계도 마당발이다.

인터뷰 전에 "베스트 골퍼로 소개해달라" 고 주문할 정도로 골프에는 이론과 실기가 대단하다.

일에 쫓겨 잠이 모자란데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을 지켜보느라 밤을 홀딱 새웠다. 베스트 스코어 68타에 18홀 올 파의 기록까지 갖고 있지만 최근들어서는 골프장 구경도 못한다고 푸념이다. 고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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