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로 노량교 구간 최고제한속도 규정 불합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9일 오전 8시쯤 출근길. 성수대교를 건너던 회사원 김익준 (金益俊.30.서울서초구서초동) 씨는 교통규칙을 제대로 지키려다 사고를 낼 뻔했다. 게다가 좌우와 뒤편 운전자들로부터 욕설까지 들었다.

서울강남구 언주로를 따라 시속 70㎞ 정도로 달리던 金씨는 성수대교 남단에 설치된 '최고제한속도 40㎞' 표지판을 보고 서둘러 속도를 낮췄던 것이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추월하고 옆차로에서 끼어드는 바람에 金씨는 접촉사고 위기를 2~3차례나 넘겨야 했다.

성수.동호대교 등 서울시내 일부 한강다리 및 도시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제한속도가 전체 연결도로와 다르게 정해져 운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사고위험마저 부르고 있다.

더욱이 경찰은 속도가 줄어드는 지점에서 집중적인 과속단속을 하고 있어 '함정단속' 시비 논란도 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차량운행의 안전을 위해 연결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0마일 (약 16㎞) 이상 차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올림픽대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80㎞. 그러나 반포대교→여의도 방향 노량대교 편도차로 (2.07㎞) 만 갑자기 60㎞로 낮춰져 있다.

이는 도로확장을 위해 93년 옛 노량대교에 맞붙여 새 노량대교를 건설한 뒤 이음새 부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서울시 요청에 따라 경찰이 94년 10월부터 '차등제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6~97년 정밀 안전진단 결과 노량대교는 43.2t까지 통과가 가능한 1등교량이어서 올림픽대로 나머지 구간과 속도제한 차이를 둘 필요가 없는데도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은 노량대교에 과속단속용 무인 감시카메라를 설치, 차량 흐름에 따라 노량대교 구간임을 의식하지 못한 채 달리던 운전자들이 하루 평균 1백여명씩 과속으로 적발되고 있다. 이들은 연간 무려 20여억원의 과태료를 물고 있다.

이밖에 성수.동호.원효대교와 잠수교 등 편도 2차선 한강다리들도 연결도로보다 최고 20㎞나 낮은 시속 40㎞로 속도가 제한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도로폭 (왕복 4차로) 기준으로 이들 교량의 제한속도를 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도로기능과 주변여건을 무시한 획일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문경란.배익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