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아침]향가 '서동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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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화공주님은

남 그윽이 정을 두어

마동서방을

밤마다 몰래 안고 다니시어라

- 향가 '서동요'

때때로 이런 옛노래 4구체의 단순함으로 돌아가고 싶다.

다산 정약용이 단군시대의 소박함을 그리워한 것처럼. 백제 후기의 왕 세계 (世系) 는 정연하지 않았다.

'서동요' 의 주인공 마동서방이 무왕인지 무령왕인지 확실치 않은 것과 달리 '삼국유사' 는 한 과부가 연못 속의 용과 상관해 낳은 아들이 신라의 공주와 짝을 이루어 왕위에 오르는 것을 전한다.

선화공주는 진평왕의 딸로 선덕여왕의 동생이다.

하나는 여왕이고 하나는 이웃 나라 왕비가 되었다.

삼국시대 각축의 틈서리에 한갓 화해의 로맨스였다.

그 딸들 사내보다 월등하구나.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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