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웰컴 투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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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의 고전 '역경 (易經)' 은 '관광'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나라 (國) 의 빛 (光) 을 본다 (觀)" 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적고 있다.

다른 나라에 가서 풍경과 풍속, 그리고 문물 따위를 관찰함으로써 자기 나라의 문화적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본질적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관광산업이 나라마다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은 아직도 그 자체가 '나라의 빛' 임을 느끼게 한다.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간의 경쟁이 '보이지 않는 전쟁' 으로 표현될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관광자원이 많고 관광수입이 높은 나라일수록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에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

미국과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전대통령은 재임 말기 정부와 관광업계가 공동 추진한 TV 광고캠페인에 직접 출연해 미국을 관광해달라고 호소했다.

요즘에도 미국을 관광하고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는 백악관을 배경으로 클린턴 대통령내외와 함께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컬러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이들이 종종 있다.

물론 실물이 아니고 실물과 완벽하게 똑같이 만든 마네킹이다.

한장 찍는 데 5달러씩 받는다던가.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거리낌없이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게 저네들의 관광 상혼 (商魂) 인 것이다.

우리의 관광산업이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가장 우려할 만한 현상은 아직은 내국인 해외여행자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훨씬 많은데도 관광수지는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말 할 나위 없이 돈 쓰는 데만 목적을 둔 해외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관광의 참뜻은 아랑곳없이 도박관광과 보신 (補身) 관광 따위에 엄청난 외화를 쏟아붓는 넋 나간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해외홍보용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물론 그 효과가 어느 정도나 가시적으로 나타날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관광산업의 육성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통령을 '이용' 한 더욱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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