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32기 왕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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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睦鎭碩, 최고성적표

총보 (1~257)=올 상반기 성적에서 최명훈6단은 24승으로 고단진 (6단이상) 최다승을 거뒀고 목진석4단은 36승으로 저단진 최다승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전체 기사중 최다승을 올린 기사는 누구일까. 누구나 쉽게 '목진석4단' 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정답은 崔6단이다.

바둑계는 오랜 세월 고단진이 월등히 강했다.

저단진은 배우는 단계의 소년들이나 오래된 노국수들, 또는 여성들로 구성돼 조금만 강하면 쉽게 승수를 쌓을 수 있었다.

이들의 승리를 도전기나 본선무대에서 얻는 고단진의 힘겨운 승리와 같은 레벨에 둘 수 없다고 해 제대로 기록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저단진은 막강해 1차 예선도 2차 예선 못지않은 난코스로 변했다.

이판만 해도 저단진 최고의 성적표를 받은 睦4단이 고단진 최다승자인 崔6단을 꺾었으니 어느덧 고단진과 저단진을 분리했던 본래의 의미는 크게 쇠퇴하지 않았나 싶다.

때마침 삼성화재배는 저단진 = 1차 예선, 고단진 = 2차 예선이란 전통적인 방식을 버리고 초단에서 9단까지 모두 함께 겨루는 통합예선을 추진하고 있어 단위의 권위하락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단위의 권위가 사라지면 바둑동네만의 독특한 분위기, 즉 도장 (道場) 의 분위기도 함께 사라지고 살벌한 정글의 법칙만이 더욱 부각될 위험도 높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으니 그게 세상사일까. 이 판은 睦4단이 32의 침입을 성공시켜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흑31은 '참고도' 흑1을 선수한 다음 두어야 했다.

睦4단도 5연승, 조훈현9단과 나란히 선두에 섰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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