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核)재처리 요구는 경제목적, 핵무장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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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경제·산업 목적으로 최소한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다. 재처리를 못함으로써 생기는 핵폐기물 문제는 몇년 안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김시중(金始中) 전 장관이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우리는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순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노력해 왔고, 이제 국제사회도 이를 인정해줄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1997년에도 YS정부 고위직 출신들의 모임인 '마포포럼' 멤버들과 함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평화적 목적의 재처리 권한을 인정받기 위한 물밑 작업을 벌였다.

그는 "고리·월성·영광·울진 등 4개 지역 원자력발전소 20기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가 현재 1만t 넘게 창고에 쌓여 있고 2016년 이후에는 발전소마다 포화상태에 이르게 돼 있지만 우리는 이를 재사용하기는커녕 손도 댈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한국의 재처리 권한 요구는 1992년 남북 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북한이 이미 두 차례나 핵실험을 하는 등 먼저 약속을 깼기 때문에 그때 선언을 불변의 진리처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우리 과학 기술자들은 이미 사용 후 핵연료를 핵확산 우려 없이 고준위폐기물과 재활용이 가능한 우라늄·플루토늄으로 구분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최신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안심하지 못한다면 사용 후 핵연료를 외국에서 재처리해 다시 반입하는 방법 등을 먼저 추진하는 등 단계적 방법을 거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정치권 등 일각에서 '핵무장'을 언급하거나 감정적 차원에서 '핵주권 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협정 등을 통해 우리가 기술 이전을 받는 등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빼앗긴 주권 회복' 등의 감정적 용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직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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