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못 고쳐 … 비정규직 일자리 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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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비정규직법안의 상임위 상정과 관련해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있다. 추 의원은 난항을 겪고 있는 비정규직법안 소관 상임위원장이다. 안 대표는 “위원장이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월권”이라고 말했고 추 의원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가”라며 반박했다. [김형수 기자]

비정규직 사용 기간(2년) 제한을 적용하는 시점(7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여야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번 달부터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현행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한 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일 오전 총리 공관에서 한승수 총리와 이영희 노동부 장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참석하는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이후의 대책 등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 간사인 한나라당 조원진, 민주당 김재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30일 밤늦게까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기간, 정규직 전환 지원금 규모 등을 논의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비정규직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6개월 유예안’을 고수했다. 자유선진당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 유예 기간(즉시 시행~1년6개월 유예)을 달리하자고 절충안을 내놨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노총 장석춘,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전날 “유예 논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뒤 회담 참여를 거부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모든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며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처리 안 돼 발생하는 모든 불행은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6개월 유예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생긴 정치적 파장과 피해는 한나라당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을 찾아가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상정을 요청했지만 추 위원장은 노동계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또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비정규직법안을 직권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의장은 본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로 찾아온 한승수 총리에게 “아직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절대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곧바로 직권 상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안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실력 저지로 맞서겠다고 경고했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분간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나 양측의 입장이 워낙 완고해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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