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고형렬 '사람꽃'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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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 고형렬 '사람꽃' 중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게 있다.

묵은 목기가 무거운 쇠처럼 가만히 놓여 있다.

그런 시인이 고형렬 (高炯烈.44) 이다.

사물 가운데서 사람들을 함부로 놀라지 않게 하고 그 핵심을 이끌어낸다.

상황 가운데서 그 진실을 슬며시 꺼내어 간접화한다.

이제껏 화조 (花鳥) 를 노래하되 어진 아이의 지극 (至極) 을 꽃으로 보는 그의 처연한 시심 (詩心) 이란 실로 귀중하다.

그렇지! 아이꽃이 어디 복사꽃이겠는가.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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