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밀려드는 일본인 관광객 "욘사마 그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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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에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일본 경기가 점차 활기를 되찾자 일본에서 가까운 외국 도시인 부산을 많이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겨울연가'도 일본 관광객 유입에 한 몫을 한다. 주인공 배용준의 나라와 영화 촬영지를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부산 롯데호텔 면세점은 재빠르게 '배용준 마케팅'을 펼쳐 재미를 보고 있다. 200달러 이상을 구매하는 관광객에게 배용준 사진이 들어간 엽서 10장을,400달러 이상은 엽서 10장과 배용준의 대형 사진(가로 50㎝,세로 70㎝)을 준다.1500달러 이상을 살 때는 배용준 사인이 들어간 시계를 제공한다.

야마모토 아키코(36.여.후쿠오카)는 "친구들에게 마땅히 줄 선물이 없었는데 이렇게 귀한 선물이 생겨 기쁘다"며 "배용준 사진을 주면 친구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직원 김정숙씨는 "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에 면세점 매출도 크게 늘었다"며 "일본 관광객들은 면세점에서 가방.전통인형.김치.김.인삼을 주로 구입한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은 겨울연가의 마지막 촬영지였던 거제 외도 해상농원까지 원정을 간다. 해상농원 주강혁 상무는 "최근에는 매달 300~400명의 일본 관광객이 찾아와 1시간 30분 가량 머물다 간다"며 "촬영지를 둘러보고 배용준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류 바람이 일자 일본 언론도 부산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RKB방송 등 4개의 일본 언론사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파라다이스 호텔에 머물면서 부산시내 호텔과 관광지 등을 취재해 갔다.

호텔도 투숙하는 일본인도 크게 늘었다. 1월부터 6월까지 롯데호텔에 묵었던 일본인은 6만 97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 9870명) 보다 40% 가량 증가했다. 롯데호텔 심현수 홍보팀장은 "올들어 외국인 투숙객 중 일본인 비율이 78%에 이른다"며 "일본 경기의 활성화와 배용준 인기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난 6월 5199실을 판매했다.상반기 전체로는 2만5477실을 판매하는 기록을 올렸다.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호텔측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부산 시내 중형호텔에도 미치고 있다.동구 범일동 크라운호텔과 중구 동광동 부산호텔 등에도 일본인 투숙객이 지난해 보다 10~20%씩 늘어났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5, 6월 4만8000명이던 일본인 입국자는 올해 같은 기간에는 9만2000명으로 늘었다.

대륙항공여행사 이기태 차장은 "요즘 일본인들은 단체여행 대신 2~3명이 개별적으로 입국해 쇼핑.에스테틱(맛사지 등 미용) 등을 즐긴다"며 "이런 여행 패턴 때문에 일본 관광객이 많이 들어와도 국내 여행사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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