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의 글로벌뷰]900.자존심을 지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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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 소프트웨어계의 공룡 (world's software giant) 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한글과 컴퓨터사에 투자를 하고 한컴사는 자사 워드프로세서 제품인 '글' 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기로 한 이후 글살리기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냉엄한 시장 원리 (harsh market principle) 로 본다면 한컴사도 다른 어려운 회사와 마찬가지지만 글 사용자 수백만명이 겪어야 할 기술적.경제적 손실 등의 문제 외에도 완벽하게 호환되지도 않고 (not completely compatible) 글자 표현도 제약을 받는 외국 워드 프로그램에 우리글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자존심을 지키자. " 를 영어로 표현해 보면 "Let's keep our pride." 가 된다.

가령 "Let's keep our pride by donating 10, 000 won to save the company." 하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1만원씩 기부해 자존심을 살립시다. " 라는 뜻이다.

미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the U.S. Justice Department filed an antitrust lawsuit against Microsoft) 것처럼 이번 사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the Fair Trade Commission) 는 MS사의 투자가 한컴사의 글 프로그램 포기가 전제돼 있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는지 조사중인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 한컴사는 외부로부터의 투자가 필요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해당 기업 경영자는 물론,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맡고 있는 정부, 프로그램 불법복제 (piracy of software programs)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일부 소비자들이 다함께 책임을 공감해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병철(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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