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전남인' 나주 영산포중 정관채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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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냥 놔뒀으면 이미 가출하거나 교도소에 가 있었을 텐데 학교에 정을 붙이고 계속 나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뿌듯합니다. " 전남도의 2분기 '자랑스러운 전남인' 으로 선정돼 2일 상을 받은 나주 영산포중 정관채 (鄭官采.39) 교사. 영산포중학교에서 85년부터 13년째 미술을 가르치고, 전교조활동을 해온 그의 학생지도방법과 제자사랑은 남다르다.

3년 전부터 이발기술을 배워 손수 학생들의 머리를 깎아주면서 대화를 나누는 등 온몸으로 학생지도를 하고 있다.

아침 자율학습시간과 방과 후에 머리를 깎아달라고 미술실로 찾아오는 학생은 하루 3~5명. 이 학교를 졸업,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단골 손님' 이 많다.

'손님' 중 상당수는 가난하거나 결손 가정. 이런 鄭교사의 제자사랑은 이들에게 이발요금 부담을 덜어주고 탈선을 예방하는 등 교육효과 또한 만점이다.

"가위질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애들이 스스럼없이 갈등과 고민을 털어놓고 자연스럽게 마음의 대화가 이뤄집니다. "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가정으로부터도 방치된 아이들에겐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용기를 주는 것 같다는 것이 鄭교사의 말이다.

그는 제자들과 보이스카우트 야영 등에 무료로 데려 가 한 텐트 안에서 함께 잠을 자기도 한다.

그의 제자사랑은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급엔 여름에 시원한 물, 겨울엔 따뜻한 물을 먹이고자 사비로 정수기를 놓아줬을 정도다.

"유복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그렇지 못한 아이를 더 챙겨줘야 하는 게 교사의 양심이다.

항상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대한다" 는 그의 말은 각박한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광주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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