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치학회 새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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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학술회의는 백영철 정치학회장이 개회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양국의 경제위기가 협력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는 시점' 에 '다양한 수준의 교류와 국가간의 협력체제를 만들어 아시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인식에 따른 것.

따라서 한.일 학자가 나뉘어 논쟁을 벌이던 과거의 양상과 달리 양국의 역사적 감정은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회의 벽두부터 논쟁이 되었던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그랬다.

마스미 준노스케 (升味準之輔.도쿄국립대) 교수는 한.중.일의 근대화 및 민주화과정에서 민족주의의 역할과 그것이 가져온 부정적 결과를 분석한 것에 대해 일본 학자의 비판이 이어졌다.

후쿠이 하루히로 (福井治弘.난징대) 교수는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명백히 구별하지 못한 것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청일전쟁 이후 일본은 명백히 제국주의로 전환됐으며 그때는 이미 민족주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동연구는 가능하겠지만 동일한 해석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는 윤정석 (중앙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김영작 (국민대) 교수의 비판이 이어졌다.

그같은 비관적 전망이 갖는 위험을 조목조목 비판한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절반의 진리' 가 공존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한.일 학자들의 공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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