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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마음에 사랑의 나무 심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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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왜 이 중요한 시기에 당신을 대통령으로 허락하셨습니까. 하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만이 한국 역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라고… .

정치로부터 시작되어 한반도를 휩쓰는 개혁의 강한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당신은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불안감 또한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 아직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 당신은 패배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하늘이 허락하신 승자요, 국민이 선택한 이 민족의 지도자입니다. 더 이상 사람들을 죽게 하지 마십시오. 몇 마디 말에 깊은 상처를 받고 생명을 포기한 사람은 당신이 보호해 줘야 할 연약한 국민입니다.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은 천하보다도, 다른 어떤 국익보다도 중요합니다. 지도자인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국민을 아끼는 지극한 사랑입니다. 최고의 정치경영학은 증오와 보복이 아니라 사랑과 관용입니다.

유신시대에 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분신하면서 저항했다면, 왜 개혁시대인 지금 강물로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은가 생각해 보셨나요. 음양오행의 비유로 유신시대는 불(火)의 시대, 개혁시대는 물(水)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신시대의 불은 난폭했지만 그 상승 기운으로 한국을 성장케 하였고, 이제 개혁시대에 이르러 물로 그 헛불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 발전을 위해 필요한 물과 불의 상극 관계지만, 애써 살려놓은 이 민족의 불을 꺼뜨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살 길은 상극의 관계를 넘어 모두가 참여하는 상생의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비난과 증오가 아닌 사랑과 화평의 나무(木)를 마음속에 심어야 물과 불의 상극관계를 넘어서는 상생의 시대, 그 태극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이 땅에 개혁의 장마를 몰고 왔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마음속에 사랑의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우리의 산천이 장마에 휩쓸려 황폐해지거나, 우리의 미래가 홍수로 떠내려가는 불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노 대통령! 마음속에 사랑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의 큰 사랑과 넓은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리하여 상생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 민족의 참어른이 되십시오!

김흡영 강남대 교수.기독교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