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노 대통령 '과거사 발언' 일본 언론 신중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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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양국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내 임기 중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 일본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 등 정부 관계자는 22일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22일자 신문을 보면 "노 대통령이 감정적 대응을 하면 할수록 관계가 악화된다는 지론을 명확히 밝혔다"(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대부분 간단히 사실 관계만 언급하고 넘어갔다. 그보다는 북핵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주관심사다. 한국 측 반응 등 일단 상황을 좀 지켜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사회에선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제정 등 '과거'를 다시 묻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이를 뒤집어 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본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그동안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참배나 과거사 관련 망언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꺼지지 않는 '불씨'였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365일 중 364일 사이가 좋아도 어느 하루 과거사 문제가 터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원수지간'으로 돌변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내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기와 더불어 시기적으로 적절해 보인다. 과거사 문제를 덮고 가자는 게 아니다. 잊지는 말되 그것을 두 나라가 감정을 조절해가며 잘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일단 '공'은 일본 코트로 넘어왔다. 일본이 얼마나 성의있게 화답하는지 한번 지켜보자.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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