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의혹’ 불거지자 아산시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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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시행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8일 구속된 아산시청 K과장이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밝힌 K씨의 혐의는 아파트 사업 인허가와 관련,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K씨 구속 이후 아산지역에 떠 도는 소문이 웬만한 추리소설 이상으로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시청 고위층이 연루돼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번지고 있다. 당사자는 “나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가는 형국이다.

K씨 구속 직후 언론 보도를 통해 ‘미래장학회 기금 조성 의혹’이 세간에 알려졌다. 이같은 의혹은 정작 검찰수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산시는 9일 “‘뇌물 받아 시장학회 기금 조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모 일간지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어떻게든 소문을 차단시켜 보려는 노력이다.

이날 아산시 출입기자를 상대로 브리핑에 나선 정남균 부시장은 “미래장학회의 정당한 설립 방법의 순수성을 잘못 보도함으로써 (장학금을 받은)학생들과 26만 아산시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추가 혐의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최근 서울 남부지청에서 수사한 A건설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 천안검찰이 K씨와도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정도가 확인된 사실의 전부다.

그렇다면 ‘미래장학회 기금 조성 의혹’은 어떻게 불거진 것일까. 검찰은 K씨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 ‘미래장학회’와 전신인 ‘내고향장학회’와 관련된 서류 일체를 시에 요구해 가져갔다. K씨가 출근길에 긴급 체포(4일)되기 일주일 전쯤 일이다.

검찰은 K씨 수사과정에서 뇌물을 건넨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들로부터 “K씨의 요구로 장학기금을 낸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관심은 당초 시가 인·허가 부서에 할당을 주고 기금 조성을 독려했는지, 그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는지, K씨가 기금 조성을 빌미로 돈을 받아 가로챘는지 등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미래장학회’ 관련 검찰수사는 현재 시작도 못한 채 일단 보류 상태다. K씨의 추가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몇 가지 뇌물 수수 의혹이 포착돼 확인 중이라는 것이다. K씨는 혐의 사실 대부분을 강력부인하고 있고 출국 금지 상태인 관련자 상당수가 종적을 감췄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고향장학회’는 시가 매년 2~3억원씩 출연해 기금을 모아 특별회계에 편입시키는 형태로 운영해오다 지난해 6월부터 재단법인 ‘미래장학회’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25억여 원의 기금이 조성돼 있고 이 중 20% 정도가 외부에서 들어 온 기금이다.

검찰 관계자는 “K씨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일부 언론 보도가 검찰 수사를 앞서가고 있다. 수사 내용이 단순하지 않다.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검찰과 아산시 모두 ‘떠도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소문이라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인 의혹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는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사실을 밝혀나갈 것”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이 비장하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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