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의 파트너, 한밤의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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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에도 열린우리당의 '박근혜 때리기'는 계속됐다. '박정희 친일 전력'시비 같은 열린우리당의 계속되는 공격에 박 대표가 전날 밤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계속 흔들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할 날이 올 수 있다"고 응수하자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퍼부었다.

김현미 대변인이 가장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침 브리핑에서 '한밤의 도발'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당내 강경론자에게 끌려다니다 망한 사람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또 "박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동시에 유신의 파트너"라며 전력까지 문제 삼았다. 이어 자신이 전주여고 재학 시절 박근혜 대표가 총재를 지낸 '새마음봉사단' 발대식에 동원됐던 경험을 소개하며 "10년 뒤 이순자 여사가 나타나 국가의 근본에 대해 얘기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아버지 문제가 끼였다고 친일 진상규명에 반대하는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박씨 집안 역사라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이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간밤에 '전면전'을 한다고 해서 전쟁이 나는 줄 알고 잠을 못 잤다"며 "정부를 상대로 전면전이라니 (박 대표가) 아프리카 반군이나 남미의 민족해방군이냐"고 공격했다.

그러자 당내 일부에서는 "야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 대표를 지금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손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심 당직에 있는 한 의원은 "지금 '박근혜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지나친 조급증"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싸움꾼들은 싸움만 벌이면 될지 모르지만 그러면 정국운영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기남 의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결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박 대표의 말에 기대를 걸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배석한 김부겸 비서실장도 "대변인과 (의장이) 미리 조율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김현미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당내 '엇박자'라고들 하는데 역할분담을 했을 뿐"이라며 "박 대표식 시장경제는 재벌 편들기와 대중영합주의의 '짬뽕'"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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