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월드컵]파라과이 '골넣는 키퍼'칠라베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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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 (33) . 우승후보로 꼽히는 홈팀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파라과이의 '수호신' 칠라베르트는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프랑스를 혼냈다.

비록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허용,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프랑스월드컵에서 그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프랑스는 칠라베르트 공략에 실패, 고전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우승후보' 감이 되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그는 프랑스월드컵에서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골을 넣는 골키퍼가 되고싶어 했다. 골키퍼지만 정확한 왼발 킥으로 팀의 프리킥과 페널티킥을 전담하는 그는 불행하게도 이번 대회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월드컵에서 그는 외도 (?) 를 삼가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죽음의 조' 로 불리는 D조에 포함돼 강호 스페인.나이지리아.불가리아와 경기를 치르면서도 단 한점만 내줘 철벽 수비를 자랑했다.

스페인.불가리아와 0 - 0으로 비겼고 나이지리아에는 3 - 1로 이겼다.

파라과이는 남미예선 당시 경기당 득점 1.3점에 불과한 허약한 공격진이었지만 칠라베르트가 이끄는 철벽 수비에 힘입어 12년만에 본선에 출전했다.

그리고 본선에서도 네게임에서 3득점하는 빈약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막강 수비진 덕에 스페인.불가리아 등 유럽세를 따돌리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96년 남미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칠라베르트. 골네트 안쪽에 마스코트를 놓아두고 수시로 입을 맞추며 행운을 빈다. 팀의 주장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갖췄고 선천적으로 긴 팔과 순발력으로 상대의 슈팅을 막아낸다.

괄괄한 성격으로 종종 상대선수나 심판과 언쟁을 벌여 퇴장당하는 게 흠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매너도 깨끗했다.

'죽음의 조' 에서 가장 먼저 짐을 쌀 것이라고 예상됐던 파라과이는 칠라베르트라는 스타를 탄생시키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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